2022년의 겨울은 이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솟아날 구멍은 있다. 지난 크립토 겨울을 끝낸 디파이 열풍처럼.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지털에셋에서 2023년 시장의 위기와 기회를 짚었다.

2022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 모습. 홀 뒤편 휴식공간에 앉아 있는 커플 위로 조명이 비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2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 모습. 홀 뒤편 휴식공간에 앉아 있는 커플 위로 조명이 비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2년 가상자산시장은 빙하기였다.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1년 뒤 1만5000달러가 됐다. 같은 기간 알트코인은 고점 기준으로 80~90% 떨어졌다.

줄어든 유동성이 첫째 원인이다. 2021년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에 테이퍼링 시작을 발표했다. 이후 미 증시를 비롯한 제도권 위험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한 시기와 맞물린다. 다만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훨씬 커서 다른 위험자산보다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유동성이 빠지자 가상자산산업의 병폐가 드러났다. 가격 하락을 부추긴 둘째 원인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경색에 대한 리스크 관리 미비가 지적됐다. 또 지난 11월 FTX 사태에서는 자체 발행 토큰에 대한 감사가 미비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중앙화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마땅한 규제 체계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앙화 가상자산거래소

제3자를 통해 거래하는 시스템. 업비트, 빗썸이 대표적이다. 거래가 간편하지만, 해킹 위험이 있다. 반면 탈중앙화 거래소는 개인간 거래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3년 가상자산은 시험대에 올랐다. 제도권의 눈높이에 맞추고, 기술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하락장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하락장에서도 가능성 있는 가상자산은 폭발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2020년까지 이어졌던 가상자산시장 겨울 때도 디파이(DeFi)만은 뜨거웠다. 2023년 가상자산시장은 어디로 흐르고, 새로운 주인공은 어디서 나올까. 다섯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1. 거시경제

첫째로 거시경제의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가상자산시장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한 이후 거시경제와의 동조세가 심화됐다. 특히 미국 증시와 동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블룸버그의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S&P500 지수의 90일 상관계수는 역대 최대치인 0.65로 올라섰다. 상관계수는 -1일 때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1일 때 완전히 똑같이 움직인다.

업계에선 제도권 기관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거시경제와 가상자산의 동조세가 강해졌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3월 미국 월가 투자은행 중 처음으로 암호화폐 옵션상품 장외거래에 뛰어들었다. 당시 골드만삭스 측은 “그동안 헤지펀드들은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그 가격 변동에 베팅하기 위한 파생상품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도 거시경제의 향방에 가상자산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흐름이 나왔다. 지난 12월13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예상치를 하회한 7.1%로 발표하자 미 증시와 가상자산이 동반 상승했으나, 다음날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강조하면서 미 증시와 가상자산이 동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2023년에도 가상자산 생태계의 구체적인 현황을 분석하기에 앞서 거시경제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채굴업체 제네시스마이닝이 아이슬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굴시설 모습. 2018년 당시 컴퓨터 600여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사진=AP/뉴시스]
가상자산 채굴업체 제네시스마이닝이 아이슬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굴시설 모습. 2018년 당시 컴퓨터 600여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사진=AP/뉴시스]

2. 가상자산 규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FTX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2023년에는 가상자산 공시 가이드라인, 증권형토큰(STO, Security Token Offering) 기준 마련, 중앙화 거래소 규제 등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 규제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증권형토큰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 증권과 동일하게 수익을 배분, 배당 받을 권리를 갖는다.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기존 토큰과 다르다.


블룸버그의 2022년 12월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관련 위험을 갖는 기업은 모두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를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존 가상자산 기업을 대상으로만 진행한 가상자산 관련 공시를 모든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12월15일 “2023년 1월에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상 STO의 정의를 명확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증권을 블록체인에서 발행·유통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규제 흐름은 본격적으로 국경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에서 준비하고 있는 가상자산 포괄 규제안 ‘미카(MiCA, Markets in Crypto Assets Regulation)’가 가장 앞서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MiCA를 일괄 시행할 방침이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여러 나라의 규제기관을 회원으로 삼고 있는 주요 국제기구도 2022년 가상자산 규제 계획을 밝혔다. 국제증권감독기구가 2022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회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 전반을 연구하는 핀테크태스크포스(FTF) 설립에 합의했다. FTF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의장을 맡으며, 이사회 회원국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영국 금융감독청(FCA), 한국 금융감독원(FSS) 등 27개국의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규제와 관련한 국제 공조는 앞으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3. 제도권 기관과 가상자산 산업의 결합

기존 탈중앙화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에 규제가 가해진다는 것은 앞으로의 시장 질서가 제도권 기관과 가상자산 산업이 결합하는 식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대형 제도권 기관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가상자산 생태계 가운데 시장 파이가 가장 큰 금융 분야에서의 제도권 기관 진입 사례는 2022년 들어 가시화됐다.

대표적으로 CBOE(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여러 제도권 기관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CBOE를 운영하는 CBOE 글로벌 마켓은 2021년 10월 가상자산거래소 ‘에리스X’를 4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계열회사인 CBOE 디지털을 신설해 가상자산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022년 11월 로빈후드, 갤럭시 디지털, GSR, 점프 크립토 등 13개 기업을 CBOE 디지털의 지분 파트너로 확정하면서 규제 프레임워크 및 인프라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찰스 스왑, 시타델 증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제도권 금융 기업들이 2022년 9월 만든 가상자산거래소 EDXM(EDX마켓)도 주목을 받고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EDXM은 2019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 찰스 스왑, 시타델, 모건 스탠리 등이 만든 증권거래소인 MEMX로부터 기술적 인프라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2023년에는 그 전 해부터 시작된 이러한 제도권 기관의 가상자산 서비스가 가시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하마에서 체포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운데)가 2022년 12월13일(현지시간) 바하마 수도 나소에 있는 법원에 출석한 뒤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하마에서 체포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운데)가 2022년 12월13일(현지시간) 바하마 수도 나소에 있는 법원에 출석한 뒤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4. 비트코인 채굴

이렇듯 제도권 기업과 가상자산 생태계의 결합이 뚜렷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가상자산 산업 고유의 영역도 여전히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가장 오래된 가상자산 고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채굴산업은 2022년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동원된 연산력의 총합을 뜻하는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2022년 수차례 신고점을 경신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전통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일례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코어 사이언티픽,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라이엇 블록체인은 2022년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각각 8억6200만 달러, 1억9200만 달러, 3억6600만 달러의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해시레이트

네트워크의 모든 채굴자가 일정 기간 동안 계산한 해시 수. 암호화폐의 채굴 원가에 비례하는 지표다. 해시는 블록 하나를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함수의 답을 말한다.


그러나 채굴업체들은 위기 속에서도 자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 등을 통해 ‘버티기 전략’에 들어가거나 되레 다른 채굴업체를 인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이 지난 2018년 ‘크립토 겨울’ 때와 비교할 때 채굴 산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5. 확장성 개선

마지막으로 가상자산 업계의 오랜 숙제인 확장성 개선도 2023년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산업에서 확장성 개선이란, 거래 처리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뜻한다. 비트코인의 평균 초당 거래속도는 7TPS(Transactions per Second)로 알려져 있다. 1초에 7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결제업체 비자(VISA)의 평균 거래속도는 약 2만4000TPS다. 가상자산 산업을 대중화하려면 확장성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2021년 가상자산 상승장으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제도권과 대중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확장성을 갖추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2022년 들어 확장성 개선 시도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졌다. 첫째는 지금의 블록체인 레이어1 자체를 강화하는 일이다. 현재는 하나의 레이어에서 거래와 관련한 합의, 데이터 저장, 실행의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모놀리틱(Monolithic) 블록체인’이라고도 부른다. 레이어1 강화를 거칠게 비유하면 컴퓨터 본체 1대의 성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는 블록체인 레이어2 솔루션을 개발하는 일이다. 컴퓨터 본체는 중요한 결정만 하도록 두고, 자잘한 트랜잭션 처리는 하위 레이어에 맡겨 확장성 개선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특히 2022년 블록 증명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꾸는 업데이트(‘더 머지’)에 성공한 이더리움 재단은 앞으로 레이어2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상태다.

두 개발 방식 가운데 어느 한 쪽에서 획기적인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2023년에는 그 성공의 주도권을 잡는 프로젝트가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박상혁 디지털에셋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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