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한 곳인 농협금융지주를 시작으로 CEO(최고경영자)의 깜짝 교체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이 뒤숭숭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회장 교체를 앞둔 대형 금융지주의 경우 계열사 연쇄 인사가 불가피해지면서 내부 조직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마저 엿보인다.

최근 신한금융지주 계열 신한카드 노조는 '외부 출신 CEO 임명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외부 출신의 경우 내부 임직원의 사기를 떨어트릴뿐 아니라 업권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옛 LG카드 통합 이후 줄곧 CEO로 임명된 신한은행 출신을 사실상 '외부 출신'으로 지칭한 셈인데, '원(One) 신한'을 강조해온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 노조의 이같은 요구는 최근 신한금융 회장 인선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앞서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새로운 회장 후보로 추대했다. 당초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현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세대 교체'를 이유로 용퇴 의사를 밝혔다. 조 회장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로 인해 금융계 안팎에서는 정부와의 '사전교감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를 비롯해 취업비리, 직원횡령 등 크고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결정이 별탈없이 이뤄지는 관행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 온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의 급작스런 사퇴는 경쟁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내년 초 연임 결정을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그 대상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최근 중징계가 확정된 손 회장은 금융당국 수장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으름장에 불복소송에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서슬퍼런 사정 칼날을 쥔 금융당국에 밉보일 경우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금융 계열사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를리 없다. 

이처럼 이들 금융지주는 물론 기업은행과 BNK금융지주 등의 CEO 인선 과정에서도 외풍 조짐이 감지되면서 때아닌 '관치금융' 논란이 들끓고 있지만, 더욱 경계해야할 부분은 따로 있다. 계열사 연쇄인사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내홍, 즉 내부 권력다툼이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주인인 NH농협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매년 인사시즌 때마다 그룹 회장의 복심, 즉 차기 회장 자리를 둘러싼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과거 KB·신한사태를 비롯해 우리·하나금융지주 역시 불투명한 승계 문제가 사회적 파문을 불러온 탓에 각 금융지주별로 후계자 육성 및 승계절차를 손질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계열사 CEO 인사에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수직적 인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신한카드 노조의 반발 역시 '금융지주 > 은행 > 카드 > 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금융지주 특유의 권력 역학관계가 뿌리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격적으로 회장이 교체되는 금융지주의 경우, 계열사 CEO 인사에 안팎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뒤숭숭한 신한금융은 벌써부터 진옥동 행장과 가까운 인물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일부 계열사 CEO는 조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교체설이 나돈다.  

진옥동 행장이 신한금융의 정체성과 맞닿은 '일본통(通)'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탓도 있지만, 그만큼 후계구도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쨌든 조직을 추스리는 과정에서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같은 이유로 우리금융은 더욱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 손 회장의 경우 민영화 과정에서 새롭게 꾸려진 과점주주들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아온 데다, DLF 사태로 인한 중징계 불복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권 연줄이 없으면 CEO는 물론 임원 승진도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풍에 취약했다. '민영화 1기' 수장인 손 회장의 연임 무산이 더없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며, 주된 배경이 금융당국의 입김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들 금융지주와 달리 올해 초 함영주 회장 인선을 매듭지은 하나금융지주와 내년 말 윤종규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KB금융지주는 상반된 연말 분위기가 엿보인다. 조직 안정에 방점이 찍힌 계열사 CEO 인사를 마무리하고,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을 대비해 내실강화에 한창이다.

물론,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사안이 심각하다면 금융지주 회장이 총괄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꼈다고 사안의 중대함이 오락가락 해서는 경영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입맛에 따른 인사개입의 폐해는 조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던 전례는 최근 십수년만 해도 수차례였다.

어차피 반복될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이라면 5년 주기의 정권교체기라도 '미스매치' 인사를 고민해보는 것이 대형 금융지주로서는 보다 현실적 대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연말 인사철이다.   

 

/ 포춘코리아 공인호 기자 ba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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