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소상공인(5인 미만 사업장) 월평균 수입 283만원. 전체 평균소득에도 못 미친다. 플랫폼 배달료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세무비용도 만만찮다.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가 만든 앱 ‘SSEM’은 이를 약 10분의 1로 낮췄다. 

 

한국의 창업자는 강남과 판교로 모인다. 스타트업 판의 돈과 정보, 네트워크가 두 곳에 몰리기 때문. 창업자들은 이 지역에 적을 둔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어느 지역의 기관에서 지원을 받았다는 것부터 회사의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일종의 지역 프리미엄이다.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의 행보는 달랐다. 충북 청주에 있는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지원사업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직원 대부분이 개발자라서 서류 작업을 어려워했고, 꼼꼼하게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았다”는 것이다.

천 대표의 판단이 경쾌할 수 있는 건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를 제대로 푸는 포인트를 쥐고 있으면 다른 것은 따라오기 마련”이라며 “외부에 비칠 모습에 신경 쓰면 사업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2019년 선보인 세무신고 서비스 ‘SSEM’은 타깃으로 삼은 문제와 답이 명확하다. 개인사업자가 월 10만~20만원 부담하는 세무비용을 문제로 삼았다. 월평균 수입이 283만원(지난해 기준)인 국내 소상공인으로서는 만만찮은 금액이다. 세무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세무신고를 하면 아낄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천 대표가 내놓은 답은 알고리즘이었다. 사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납부액을 계산한 다음, 모바일 앱으로 바로 신고할 수 있게 했다. 대신 매년 1, 5, 7월 세금 신고할 때만 건당 3만3000원을 받는다. 매월 인건비를 신고하는 사용자에겐 월 4400원을 받는다.

사용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2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8억원, 올해는 지난 7월까지 20억원을 달성했다. 생산비가 따로 없는 만큼 영업이익률은 80% 안팎에 이른다. 천 대표는 “재구매율이 70~80%인데, 폐업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9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성장 가도에 올라선 천 대표를 지난 10월 초 서울 을지로의 한 호프집에서 만났다. 생맥주를 마시다 보면 경쾌한 그의 스텝에도 빈틈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2014년 창업한 뒤 숱한 실패와 보릿고개를 경험한 그의 말과 비전은 인터뷰 내내 흐트러지지 않았다.

Q 알고리즘이 세무사처럼 꼼꼼하게 챙겨줄 수 있나?

세무사와는 다르다. 세무사는 장부 정리와 신고 대리를 해준다. SSEM 알고리즘은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적의 세금을 계산해준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도 체크리스트를 제공해서 필요한 데이터를 누락한 건 아닌지 확인해드린다. 세금 신고하는 건 사용자의 몫이다.

Q 그러면 세무사를 쓸 때보다 불편하지 않을까?

계산 결과를 확인하고 SSEM 모바일 앱에서 ‘신고하기’만 누르면 신고 업무를 끝낼 수 있다. 누구든지 쉽게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저희는 아이언맨 수트를 제공하는 셈이다.

Q 놓치는 데이터가 생길 우려는 없나?

세무가 어려운 이유는 업종마다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서다. 그런데 국내 업종 분류가 수천 가지다. 처음부터 모든 업종을 커버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식당부터 시작했다. 세금 신고를 잘하려면 어떤 자료를 모아야 하고, 뭘 주의해야 하는지 프로세스를 잡아갔다. 그렇게 하나의 모듈을 만들면 유사 업종으로 확장했다. 예를 들어 빵집은 식당, 화물운수업은 택배기사와 같았다. 이런 식으로 모듈을 늘려서 지금은 전체 개인사업자의 90%를 소화하는 수준이다.

신고 업무를 사용자가 직접 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세무사법상 회계장부를 정리(기장)하고 세금신고를 대리하는 업무는 세무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내야할 세금을 조회해주는 서비스로 1000만명 넘는 사용자를 모은 ‘삼쩜삼’은 세무대행업체를 통해 신고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세무사 직역단체인 한국세무사회의 반발을 샀다. 다만 경찰은 지난 8월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가 세무사법을 위반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Q 창업할 때부터 SSEM을 생각했나?

2014년 창업할 때만 해도 탁상공론이었다. 우리 기술력을 담아서 만들면 사장님들이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 회사에서도 자금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었다. 데이터를 긁어와서 장부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경리왕’)을 창업 한 달 만에 만들었는데, 반응이 미지근했다.

Q 세무사에게 내야하는 돈은 그대로다.

맞다.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했다. 그래서 사장님을 만나러 다니면서 고민을 물었다.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세무 비용이었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가망이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7년 사업모델을 바꾸고, 2년간 연구개발만 했다.

Q ‘탁상공론이었구나’ 느꼈던 지점이 또 있나?

회계 프로그램 보면 다 PC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매장에 PC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렀던 매장의 열에 여덟은 PC가 없었다. 개인사업자들이 회계 프로그램을 안 쓰는 이유가 있었구나. 세금 신고를 모바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판단했다.

Q 개인사업자 요구가 까다롭지는 않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매력적인 시장은 아닐 것 같다. 무엇에 까다로운지 들여다봐야 한다.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까다로움을 낳는다. 그 말은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금세 사용자 수를 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달 만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분명히 반응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Q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설립 초기에 합류했고, 재미있게 일했다. 하지만 내 색깔을 찾고 싶었다. 처음부터 창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에 맞는 회사를 찾았는데, 찾지 못해서 창업을 결심했다.

Q 원하는 방향이 무엇이었나?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은 회사. 어느 날 연말 시상식을 보는데 어떤 배우가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방송을 보면서 ‘나도 소프트웨어 만드는 일이 좋기는 한데, 저 정도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일이 너무 즐거워서 ‘나 말리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만든 서비스가 타인에게 도움이 될 때 행복할 것 같다는 가설을 그때 세웠었다.

Q 그렇다면 원래 회사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큰 회사들은 자기들만의 방법론이 있고 전통이 있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자가 아니라 일을 하자는 쪽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안 보인다. 문제에 집중하면서 제대로 해결하려면 대표부터 전 직원이 몰입해야 한다.

Q 서비스를 다시 준비하면서 매출이 아예 없던 해도 있었다. 보릿고개가 높았다.

허덕이던 때가 있었다. 벌었던 돈을 연구개발에 다 써야 했다. 눈 깜짝할 새에 다음 월급날이 왔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급할 때 돈을 만드는 방법,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방법, 쓸데없는 짓을 안 하는 방법들을 배웠다. 어지간해서는 망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Q 기억나는 가장 쓸데없는 짓은 무엇이었나?

사용자의 패인 포인트가 아니라 개발자의 욕심에 초점을 맞출 때였다. 예를 들어 서비스 대기화면에서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막대 바를 예쁘게 만들겠다면서 일주일간 밤샌 적이 있었다.

Q 세금 신고할 때 3만3000원을 받는다. 의미 있는 숫자인가?

얼마면 지갑을 열까 고민했다. 세무서에 가서 직접 신고하는 경우를 생각해봤다. 세무서까지 다녀오는 택시비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할 때 3만원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했다. 3000원은 부가세다. 그리고 이 업계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뜨고 졌는데, 보통 1만명까지는 사용자가 늘더라. 3억원 정도면 1년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으니 적당한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천 대표와 만난 호프집은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의 극중 배경이 됐던 곳이다. 극중 주인공인 변호사 ‘천지훈’(남궁민 分)은 수임료로 단돈 1000원을 받고 형편 팍팍한 의뢰인들의 사건을 해결해준다. 천진혁 대표도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 2000년 웹케시에 개발자로 입사, 14년간 근무하며 웹케시피트 성장혁신센터장, 프레임워크팀장을 맡았다. 2014년 널리소프트를 창업하고 2019년엔 알고리즘 세무신고 서비스 ‘ssem’을 내놨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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