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감원]

연말 인사시즌을 앞둔 은행권이 철지난 '낙하산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단순한 기우 쯤으로 치부하기에는 주변 정황이 무척이나 기묘하다. 

논란의 불쏘시개는 '라임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 건이다. 2년 가까이 미뤄져왔던 징계 수위가 인사시즌을 코 앞에 두고 확정됐다. 내년 초, 이르면 올 연말께나 나올 것이라는 예측보다 크게 앞당겨진 셈이다. 

여기에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현명한 판단'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손 회장의 중징계 취소 소송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DLF 사태 징계 당시의 기민했던 우리금융의 행보도 이번에는 신중하기만 하다.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그리고 올 들어 6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의 중심에 선 우리은행·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사정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의 으름장이 결코 가벼울리 없다. 피감기관으로서 자칫 '괘씸죄'까지 더해질 수 있는 이유에서다. 

사실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은 이미 금융권 노동조합발(發)로 입길에 오르내린 터였다. 금융노조는 중징계 확정 이전인 지난 8일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을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을 공식화 했다.

이와 별개로 노조는 부산은행 모회사인 BNK금융지주의 움직임 역시 김지완 회장의 자녀 관련 의혹에 따른 사임을 발판 삼아 낙하산 인사 투하를 위한 길목 터주기로 인식하고 있다. 회장 선임의 키를 쥔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회장 후보군에 외부인사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외풍을 막겠다면서 마련한 규정을 뜬금없이 되돌리겠다고 하니 시점만 놓고 보면 손 회장 중징계만큼이나 기묘하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융권에서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올 연말로 끝나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이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도 올해 말까지며, 올해 초 회장 선임을 마무리한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은행 수장인 박성호 행장의 임기 역시 내년 3월까지다.

사실 두차례의 CEO 중징계가 확정된 우리금융, 농협중앙회가 주인인 농협금융과 달리, 온전한 민간 금융사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외압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인사 개입의 명분도 마땅치 않다. 국내 금융사(史)만큼이나 지난했던 낙하산 인사, '관치 금융'의 폐해가 반복돼온 만큼 이른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만큼은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완전 민영화'를 통해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CEO 인사를 비롯해 우리금융 경영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과점주주들에 달린 셈이다. 정부마저도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평가하며 정부 지분의 성공적 매각을 자축해온 터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4대 천황', 박근혜 정부 당시의 '서금회'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CEO의 전문성과 현장경험 부재에 따른 폐해는 최근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사태'를 통해 목도하고 있다. 더욱이 3고 현상(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살얼음판 형국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성급한 기우일 수도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 대대적인 'CEO 물갈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오해와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곱씹어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포춘코리아 공인호 기자 ball@fortunekorea.co.kr

저작권자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