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캐시카우 시장에 투자 활발

백화점이 미술품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최근 MZ세대의 미술품 구매율이 늘면서 잠재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선두에 섰으며, 롯데백화점도 뉴 미디어 아트부터 공예전시, 아트페어 등 테마 전시를 진행 중이다. 3년만에 부활한 국내 미술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동탄점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동탄점

 

#K아트 #백화점갤러리 #아트비즈니스  
빅3百, ‘미술의 대중화’ 이끌 플랫폼으로  
‘순수 미술’ 전공자 포진...전문성 강화


‘도도새’의 김선우 작가,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 등 국내 아티스트부터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까지….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빠지지 않는 콘텐츠가 바로 ‘미술품 전시’다. 고객들은 쇼핑을 하면서 손쉽게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한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대전부터 강남·센텀시티, 롯데백화점 동탄·본점, 현대백화점 무역·판교·더현대서울 등 미술품 전시는 국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백화점의 필수 콘텐츠가 됐다. 

신세계백화점이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 서울옥션의 지분 4.8%를 280억원에 확보하는가 하면, 실물 작품과 함께 NFT를 동시에 선보이며 한 단계 발전한 예술 사업을 선보이겠단 의지를 밝혔다. 강남점 아트 스페이스는 매달 새로운 작품 100여점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백화점 내 아트 비즈니스가 중요해지면서, 업계는 전문 조직을 꾸리고, 순수 미술을 전공한 임원들을 포진시켜 전문성을 강화했다. 현대백화점도 문화콘텐츠팀을 만들어 예술 전시에 집중 투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상설 전시를 열거나 페어를 진행해 관심을 표현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오로지 아트 비즈니스를 전담하기 위한 ‘갤러리 팀’을 오래전에 꾸렸다. 1965년부터 본점에 미술 상설 전시장을 열어 국내 백화점 중 처음으로 갤러리를 도입했다. 

최근엔 아트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사내 구인 게시판을 통해 갤러리 팀 직원 충원을 위한 공고를 올렸으며, 현재도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큐레이터 20여명이 유관부서에 포진돼있다.

현재 갤러리 팀은 황호경 갤러리담당 상무가 이끌고 있다. 황 상무는 서울대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 미술 전문가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강남점의 아트 스페이스, 최근 아트 앤 사이언스(대전) 등 주요 지점에 갤러리를 접목시켰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잠실점, 동탄점 등 각 지점의 특색에 맞는 작품을 선별해 테마 별로 갤러리를 구성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현재 인천터미널, 광주점을 포함해 전국 총 5개 점포에서 갤러리를 열었다. 

동탄점은 MZ세대의 유입이 많은 지점이라는 점에 착안해 젊고 감각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잠실점과 본점은 상권의 특성과 고객의 특색에 맞춰 좀더 중후하고 한국적인 느낌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갤러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순수미술 전공자인 임원급 인사를 영입했다. 최근 아트콘텐츠실을 신설하고 이안아트 컨설팅 대표 출신 김영애 상무를 영입해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미술 전공 및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 확장에 나섰다. 

김 상무는 이화여대 서양화 전공,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미디어아트 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 9월 합류 후 뉴 미디어 아트와 관련한 전시부터 공예, 아트페어, 여성을 테마로 한 ‘리조이스’ 등 백화점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문화 예술 공연 전시까지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를 총괄하는 팀을 운영 중이다. 김창수 책임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충원하며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신진 아티스트의 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대구점에서 대규모 아트페어를 열어 집객 몰이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측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미술 시장으로도 관심이 커지고 백화점의 역할이 그만큼 커진 것 같다”며 “타 유통채널과 다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MZ컬렉터 #아트테크 #미술품대중화
3년새 급증, 성장 배경은 ‘MZ세대’ 
백화점 관련 플랫폼 비중 커


백화점이 예술 마케팅을 강화하는 이유로 우선 3년 새 약 1조원 가까이 커져버린 국내 시장 규모를 들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2019년 한국 미술시장은 3812억원이던 규모가 지난해엔 9223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미술 시장이 전년 대비 13.7% 감소했던 규모에 비하면 약 2.8배 늘었다. 

급격히 팽창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시장 규모는 작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미술 시장은 GDP 대비 0.1~0.2%의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의 미술 시장에 비해 0.02%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거기에 세계 시장 점유율도 1% 내외라 전문가들은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본다. 

국내 미술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미술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국내 주요 경매장 기준 2021년 낙찰 총액은 3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뛴 수치다. 2018년에 총 낙찰액이었던 2000억원보다도 높은 기록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전경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전경

국내 미술품 시장이 1조원까지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가 새로운 수요층으로 진입한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이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그림 등 미술을 선택했으며, 재테크를 위해서도 ‘아트테크’라는 수단을 선택했다. 

MZ컬렉터의 유입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트바젤 UBS가 조사한 한국 포함 10개국을 중심으로 고액 자산가 컬렉터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지난 10년간 미술품 구입 경험이 있는 MZ세대 2명 중 1명은 재판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작품 구입을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젊은 컬렉터의 수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MZ세대가 기술과 첨단기기 사용에 친숙하다는 장점을 살려 아트테크와 친해질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MZ세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NFT 투자도 능숙하게 할 수 있어 과거보다 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졌다. 

MZ세대의 아트테크 열풍을 지켜보던 백화점은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인 ‘아트’를 백화점에 접목했다. 백화점은 이들이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는 장소이면서 쇼핑과 갤러리 구경을 한 큐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관 조사결과, MZ세대의 미술품 구입 경로는 갤러리가 1위, 백화점 주관 포함 아트페어가 2위, 국내 백화점 및 온라인 등 유통채널이 3위인 것으로 추산됐다. 롯데백화점 측은 “벡화점에서 손쉽게 그림 구매가 가능해지고,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면서 백화점도 동시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화랑 등 갤러리를 통해 거래하는 비중이 1위이긴 하지만, 백화점 채널이 2~3위에 포함된 것만 봐도 과거와 비교해 다른 형태의 거래 플랫폼이 현재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점차 백화점에서의 미술품 구매도 증가했으며 낙찰액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에선 6억원대의 제품이 판매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아트스페이스는 매달 100여점의 제품이 ‘완판’된다. 이제는 샤넬런 대신 갤러리 오픈런을 위해 달려드는 방문객이 점차 늘어났다.

 

#소액투자 #취향소비 #미술시장지속성
K아트 지속가능성은 아직 물음표 
거품 아닌 진정한 거래 문화 정착을 

앞으로도 미술품을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접근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술품 대중화 현상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술 시장의 주요 구매자로 꼽히는 MZ세대는 갤러리 및 백화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500만원 미만부터 5억원 이상까지 다양한 금액대로 작품을 구입한다. 

백화점이 미술품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 추종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명품과 구매 취향 패턴이 흡사한 미술품을 매장에 가져와 수익적으로 재미를 보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형태라는 것이다. 

서울옥션 및 케이옥션 CEO를 역임한 김순응 아트컴퍼니 대표는 “백화점의 미술품 사업은 ‘유통 채널의 다양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며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소비패턴과 미술품의 유사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명품을 예로 들면, 과시 목적 혹은 재테크 목적으로 접근하는 소비자가 아직은 많은데, 미술품에도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에 걸려있다고 해서 무조건 구입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백화점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도는분명 미술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것에 의미가 있다”며 “백화점 등 다수의 거래 플랫폼과 MZ세대를 포함한 컬렉터들은 지금보다 작품에 대한 공부를 직접 해보고, 백화점이나 페어의 추천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고를 수 있는 컬렉터가 많아질 때 이 시장의 지속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 포춘코리아 홍승해 기자 hae@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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