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신 . 배위에 낚싯대를 걸쳐놓고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있는 정경을 그린 작품. [출처=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김득신 . 배위에 낚싯대를 걸쳐놓고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있는 정경을 그린 작품. [출처=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해양수산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낚시인 수는 2000년 500만명, 2010년 652만명, 2020년 921만명이다. 2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이미 2018년경부터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우리나라 레저 1위가 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2021년 드디어 낚시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낚시인구를 산정하는 기준은 전세계 공통으로 연 1회 이상 출조(出釣)이다. 낚시광만 수치에 잡히는 것이 아니고, 민물이든 바닷물이든 1년에 한 번이라도 낚싯바늘을 던져본 사람은 통계상의 낚시인구가 되는 것이다.

등산인구는 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사람 기준으로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이미 1991년에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에는 1500만명을 넘었다. 2021년 통계자료로는 두 달에 한두 번 이상 가는 사람은 1972만명으로 추산되었다. 그러니 결코 낚시가 등산을 압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계산법이 다르니 그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2021년 기준으로 가장 즐기고 싶은 취미로 1위가 낚시, 2위가 등산, 3위가 골프라고 하니, 선호도를 본다면 낚시가 매우 중요한 여가이자 레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인류의 어로(漁撈) 활동의 흔적은 이미 구석기시대 초기부터 나타난다. 낚시는 적어도 4만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보길도 세연정. 윤선도가 여가를 즐기던 곳.
보길도 세연정. 윤선도가 여가를 즐기던 곳.

한국사의 문헌기록으로 보자면, 삼국사기에 낚시에 관한 기사들이 처음 등장한다. 삼국사기의 고구려본기에 태조대왕(太祖大王) 7년(59년) 여름 4월의 기록이다. “왕이 고안연(孤岸淵)에 가서 낚시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붉은 날개의 백어(白魚)를 낚았다.” 태조대왕은 유리왕의 손자로 7살에 왕이 되었고, 이때는 태후가 수렴청정을 하던 때인데, 14살 어린 나이라서 그런지 낚시를 직접 한 것은 아니고, ‘관어조(觀魚釣)’라 한 것을 보면누군가 고안연이라는 곳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조상들은 어업을 생계로 삼는 사람을 어부(漁夫)라 칭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별도로 어부(漁父)라 칭하여 구분하였다. 노동과 여가를 구분하여 사용한 것이다. 중국 초나라의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나 이현보의 어부사(漁父詞),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나오는 어부(漁父)는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어부(漁夫)가 아니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여가를 즐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고대 암각화에 나타나는 어로행위의 흔적이나 신석기시대 낚시 유물들은 이 시기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것들이었겠지만, 고대 동아시아 국가인 은(殷)나라 말기 강태공이 낚싯바늘 없는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낚시를 한 일이나, 고구려 태조대왕이 궁궐 연못에서 낚시하는 것을 구경한 것은 생업이 아니라 세월을 낚는 여가활동으로 이해된다.

창덕궁 부용정. 정조가 낚시를 즐겼던 곳.
창덕궁 부용정. 정조가 낚시를 즐겼던 곳.

조선왕조실록에도 낚시 기사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직접 낚시를 한 임금은 정조(正祖)뿐이었다. 정조는 낚시를 무척 즐겼고, 그의 낚시는 여가활동이자 통치의 수단이었다. 1792년(정조 16년) 3월 21일 “각신들과 내원에서 낚시를 하고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 이때 고기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기(旗)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였다.

또 3년 뒤에는 내원에서 꽃구경을 하고 큰 낚시행사를 열었는데, 여러 각신의 아들·조카·형제들을 참여케 했다. 정조는 스스로 낚시를 즐기기도 하였지만 그것을 조정 관료의 화합과 국가의 통치에 잘 활용했던 것이다.

1651년 65세의 고산 윤선도(尹善道, 1587~1671)는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40수를 지었는데, 보길도의 사계(四季)를 각 10수씩 담아냈다. 가을을 읊은 추사(秋詞) 10수 중의 두 번째 수가 가을낚시의 풍요로움과 여가의 즐거움을 잘 표현한 것 같아 옮겨본다.

“수국(水國)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만경등파에 실컷 즐겨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다”

※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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