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고 수준 실적 냈지만
분기 생산 증가율은 작년 절반에도 못 미쳐

김기남(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진행된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김기남(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진행된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 2분기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지만, 성장세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2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늘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생산량과 설비투자, 자본지출을 축소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주최 포럼에서 “전술적 측면에서 투자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8일 삼성전자도 신중론을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8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다양한 거시경제 이슈가 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재고 활용을 통해 제품을 유연하게 공급하고, 단기 설비투자 계획은 이에 맞게 탄력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운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행동에 나섰다. 지난 6월29일 이사회에서 충북 청주에 있는 공장 증설 안건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5월만 해도 이곳에 4조3000억원을 들여 M17라인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었다.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라인을 가동하는 일정이었다. 당시 사측은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었다.

2018년 10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근에 신규 라인 증설을 검토했으나 최근 보류했다. [사진 뉴시스]
2018년 10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근에 신규 라인 증설을 검토했으나 최근 보류했다. [사진 뉴시스]

가트너,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치 ‘반 토막’

2분기 실적만 보면 지레 걱정처럼 보인다. 양사 모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분기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3.8%, 영업이익은 55.6% 늘었다. 매출은 역대 최고였던 작년 4분기(12조3766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증권업계 전망치인 3조9466억원을 웃돈다. SK하이닉스 측은 작년 말 인수한 인텔 낸드사업부 매출에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설명했다.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도 2분기 역대 최고 매출을 냈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1분기(26조8674억원)를 넘어서는 28조5000억원을 매출로 거뒀다. 작년 동기보다 25.3% 늘었다. 영업이익도 9조9800억원으로, 같은 기간 44% 늘었다. 삼성전자 측은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과 정상궤도에 오른 파운드리 공정 수율, 그리고 환율 효과를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내역을 들여다보면 양사의 고민이 드러난다. 단적인 지표가 비트 그로스(Bit Growth)다. 반도체 생산 증가량을 디지털 정보의 최소 단위인 비트(bit)로 환산한 지표다. 생산 개수에 매해 빠르게 늘어나는 반도체의 성능(처리 용량)을 반영하기 위해 고안됐다. 반도체 업계에선 시장 공급과 수요를 측정할 때 비트 그로스를 핵심 지표로 쓴다.

이 지표로 보면, 양사 주력 제품의 현황은 좋지 못했다. 삼성전자 측은 콘퍼런스 콜에서 ”2분기 D램 비트 크로스가 한 자릿수 중반대, 낸드는 한 자릿수 후반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D램은 20%대 중반, 낸드는 40% 안팎이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서 추산한 수치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업계 전반이 호황을 누렸다.

2020년 5월 중국 르네사스 반도체 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장비를 살피고 있다. [사진 AP=뉴시스] 
2020년 5월 중국 르네사스 반도체 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장비를 살피고 있다. [사진 AP=뉴시스] 

메모리 재고 늘 것…“내년 감산 들어갈 수도”

공급 감소는 하반기부터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이 7.4%에 그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13.6%)에서 6.2%포인트 내렸다. 리처드 고든 가트너 부사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에너지 비용 증가로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는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에 대한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하락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퍼 을이라는 ASML도 가이던스를 하향조정했고, 애플마저 고용을 미루고 있다”며 “리더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상상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에는 라인 가동률을 낮춰 생산을 조절하는 방법(감산)마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저작권자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