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부산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시작된 사상 유례없는 세계적인 해운 초호황이 올 2분기에 정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앞다퉈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overkill) 우려가 커지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해서다. ‘파티’는 끝났다. 하지만 북미, 유럽, 중국 등 주요지역의 물류난이 지속되고 있고, 벌크선의 경우 공급부족으로 당분간 파티의 여흥은 계속될 전망이다.

█ 사상 최대 호재 이끈건 코로나19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는 장기불황의 공포에 휩싸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고점인 80.74를 넘어선 82.69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미국의 실업률이 30%로 치솟고 GDP는 50% 급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이번 경제위기는 지난 어떤 위기와도 다르다. 1930년대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금융, 제조, 소비, 물류 등에 복합적인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여파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해운산업은 특히 실물경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소비둔화와 제조업 타격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19년 세계 해상물동량은 119억4000만 톤에서 2020년 115억1000만 톤으로 1.6% 줄어들었다. 감소폭은 크지 않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항만이 마비되면서 운임이 치솟았다. 여기에 각국의 통화량 증가정책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2020년 말부터 실물경제의 선행지수로 평가되는 글로벌 주가지수와 해운운임지수가 ‘V’자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KMI는 2021년 세계 톱10 컨테이너 선사 중 회계기간이 다른 코스코(COSCO)를 제외한 9개 선사의 수익이 950억달러(약 120조 원)를 돌파했으며, 코스코를 합하면 1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9개 선사 수익은 전년 대비 630% 증가한 것이다.

코스코 추정치를 포함한 10개 선사의 2021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57.1%로 사상 유례없는 실적이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적자행진을 계속하던 국내 최대해운사 HMM도 2021년에 영업이익 7조3775억을 기록했다.

올해는 영업이익이 1분기 3조1486억원, 2분기 3조465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64%에 이른다.

 

 

█ 글로벌 경기침체 신호탄 올랐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실물경제에 비해 지나치게 통화량을 늘렸다. 각국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통화량이 역대 최대수준으로 늘어났고, 그 부작용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로 1981년 11월 이후 41년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OECD 국가의 CPI 상승률 역시 9%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6월 CPI 상승률이 6.0%로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 공포가 만든 인플레이션이다.

세계 각국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앞다투어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풀었던 돈을 다시 거두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리인상 보폭이 크고, 빠르다.

2022년 6월15일 개최된 FOMC 회의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1.75%로 결정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한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연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빅스텝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0년 만의 최악의 물가상승이 이번 빅스텝에 이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6월에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컨퍼런스에서는 “연준이 과도하게 긴축 정책을 단행함으로써 리스크가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물가 안정에 실패하는 실수를 저지를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2022년 7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인상했다.

2021년 8월부터 6번의 인상을 통해 0.50%에서 2.25%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올해 내 미 연준과 한국은행 모두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대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특성을 지닌 해운기업은 경영에 큰 영향을 받는다.

 

 

█ 해운 경기 2분기 정점으로 피크아웃

세계 경기둔화 우려에도 해운 지수는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지역의 물류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25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2021년 10월 5650으로 13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미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상보다는 한참 아래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해운 시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물류난과 공급선복 부족이 운임하락을 저지하고 있다. 해운은 수요보다 공급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시장이다.

따라서 물류 병목이 해소될 때까지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체 벌크선 운항 선박 대비 발주잔량이 6.9%에 불과하다”며 ”벌크선 선복량 증가율이 지난해 3.6%에서 올해 2.2%, 내년에 0.4%로 점차 줄어들며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 상반기에 중국 항만의 철광석 재고가 크게 감소했다”며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철광석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컨테이너선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BDI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대한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가지 하락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이후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해운업계가 올 2분기를 정점으로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분기 평균 SCFI는 4211포인트로 13.2% 떨어졌다. 미주 서안항로는 2.7% 떨어졌으며, 유럽항로는 18.7% 급락했다. 지난 1월 사상 최고점인 5100에 비해 20% 하락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예상하던 2023년 보다 하강 시점이 앞당겨졌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이 같은 유례없는 ‘이상 현상’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및 하강 압력으로 올해 하반기 컨테이너 운송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스팟(spot)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2분기 실적을 정점으로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성수기인 3분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및 2023년 공급 우려로 운임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HMM의 경우 올 2분기에 매출 5조3950억원, 영업이익 3조4656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에 매출 4조8570억원, 영업이익 2조8468억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4분기에는 매출 3조6210억원, 영업이익 1조8052억원으로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실적으로 보면 하락 흐름이 더욱 명확하다. HMM은 2022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6720억원, 11조2660억원으로 예상된다. 사상 유례없는 실적이다. 하지만 2023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14조4490억원, 5조103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 둔화에 고금리까지 설상가상

해운회사는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배를 건조한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빚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크다.

KMI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금리 1.00% 포인트 상승시 127개 국내 해운기업의 총 이자비용은 5525억원(25% 증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1.25%포인트 추가 상승시에는 6906억원(49% 증가), 1.50%포인트 추가 상승시에는 8297억원(58% 증가) 부담이 커진다.

최근 세계 경제의 금리인상 효과와 공급망 불안 해소에 따라 운임이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신조선가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신조선 발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대에 글로벌 경기둔화와 함께 운임이 하락할 경우 높은 선박가격에 신조선을 대량 발주한 선사는 큰 재무적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포춘코리아 채수종 선임기자 be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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