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루키’로 변신한 이스라엘 대테러 전문가
잿빛 수소의 딜레마, 유독가스 정화기술로 풀었다

수소는 온몸에서 탄소를 쏟아내며 태어난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쏟아져 나오는 탄소를 얼마나 주워담느냐다. EU는 60% 이상을 잡아야 청정 수소로 인증한다. 문제는 비율을 높일수록 비용도 높아진다는 것. 이런 딜레마를 푼 건 전직 대테러 전문가다.

마랏 마얀(Marat Maayan) 에어로베이션 창업자
마랏 마얀(Marat Maayan) 에어로베이션 창업자

 
마랏 마얀(Marat Maayan)은 2007년 전장 한복판에 있었다.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그의 모국 이스라엘 전역에 한 달간 로켓 4000여 발을 발사했다. 당시 군에서 대테러 임무를 맡던 그는 악몽 같은 상황을 걱정해야 했다. 한 발이라도 고층 건물에 떨어졌다간 대규모 사상자가 나올 게 뻔했다. 그는 “고층일수록 화재 자체보다 유독가스가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삽시간에 퍼지는 연기에 비해 대피할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찾던 그는 중령으로 전역한 뒤 2013년 회사를 세웠다. 엘리베이터 내 공기를 나노 초 단위로 정화하는 장치가 그의 답이었다. 

창업한 지 10년째를 맞는 올해, 그는 뜻밖의 키워드로 한국을 찾았다. 수소경제다. 지난 7월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행사를 찾아 국내 수소 관련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행사는 현대자동차·SK·롯데 등 국내 17개 대기업이 함께 열었다. 이들 기업은 이날 수소 분야 혁신기업에 투자할 5000억원 규모 펀드를 올해 안에 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본 무대에서 야심 찬 계획들이 나오는 새, 그는 소재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행사를 가졌다. 이후 기업 부스에선 GS·포스코·세아창원특수강 관계자들과 만났다.

대테러 전문가와 수소경제의 루키. 두 캐릭터를 잇는 공통분모는 탄소다. 그가 세운 에어로베이션 테크놀로지스(Airovation Technologies, 이하 에어로베이션)에선 직접 개발한 특수 물질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탄산염으로 쪼갠다. 탄산염은 콜라 원료부터 유리 소재, 제산제 등으로 산업 전반에서 쓰인다. 수소산업에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현재 활용하는 수소 대부분을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을 기준으로 수소 1㎏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10.92㎏이 만들어진다. 그대로 내보냈다간 돈은 돈대로 들이고 천연가스보다 더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지난 7월 7일 행사장에서 만난 그의 목표는 대담했다. “2030년 전 세계 예상 탄소 배출량의 5%를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27억5500만t 규모다. 일단 내년 한국에 연간 탄소 5000t을 처리할 수 있는 파일럿 설비를, 2025년까진 연 2만5000~5만t 규모의 상용화 거점을 구축한다. 다만 기업들이 그의 일정표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역시 비용 문제다. 현재는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 때보다 부산물로 나온 탄소를 처리할 때 돈이 더 든다. 특히 초기 비용이 막대하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자국의 수소경제 프로젝트인 ‘하이넷 노스웨스트’ 사업 첫 해에만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봤다. 

그는 비용 부담을 줄일 두 가지 해결책을 말했다. 하나는 탄소가 나오는 그 현장에서 포집부터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싱글 페이즈 싱글 액트(Single Phase, Single Act)”라고 강조했다. 탄소를 쪼개 탄산염을 만들고, 이를 곧바로 사료나 비료 등으로 가공한다. 현실화되면 탄소 처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는 모은 탄소를 액체로 만든 다음, 지정된 장소로 옮겨 묻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바다 아래 묻는다. 비싸고 지난한 과정이다.
설비를 마련하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방법으로 그는 모듈로 된 설비를 기업에 임대하고, 구독료를 받는 모델을 제안했다. 올 하반기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이듬해엔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에어로베이션은 수소경제의 기대주를 넘어 강자로 설 수 있을까. 

※인터뷰 전문은 FORTUNE KOREA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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