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한 준비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초대형 빅딜을 마무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의 선결 조건은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는 것이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의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만 합병이 진행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 승인과 관련해 필수 신고 국가인 터키(2021년 2월), 태국(2021년 5월), 대만(2021년 5월), 베트남(2021년 11월), 대한민국(2022년 2월)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다. 임의 신고 국가 중에는 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싱가포르(2022년 2월)의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10년간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 등의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슬롯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공항이 배정하는 일정 시간대를 말하며, 운수권은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나머지 해외 경쟁 당국의 까다로운 잣대가 기업 결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미국 경쟁당국에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 미국 경쟁당국이 심의 기준을 상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내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미 법무부가 이번 심사를 ‘간편’으로 분류하자 경쟁 제한 이슈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을 맺고 있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입장에선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할 경우 항공동맹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스타얼라이언스의 현재 유지노선인 미주와 중국·동남아시아 경유 노선에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미국 내 1위 항공사인 델타와 대한항공은 ‘스카이 팀’ 항공동맹을 맺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결합할 경우 양 사의 독과점이 심해지면서 ‘스카이팀’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미국 법무부는 심사 수준을 ‘심화’로 격상했고,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독과점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EU는 지난해 1월 기업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나 까다롭기로 유명한 심사과정이 언제 끝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EU를 탈퇴한 임의신고국가인 영국의 경우 2021년 3월 사전 협의절차 진행 후 4차례에 걸쳐 자료를 요청했고, 대한항공에선 이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주요국에선 합병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중국에 대해서도 지난해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사전 협의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M&A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라 상황이 쉽지 않다”면서 “각국 경쟁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해 기업결합 승인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회사 측이 직접 입장문을 통해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해 국내·외 항공사들의 신규 진입까지 설득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경쟁당국의 결합심사가 길어지면서 인수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수장인 조원태 회장이 직접 경쟁당국 설득하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올해 3월까지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지불한 자문사 선임 비용만 약 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큰 비용을 들였음에도 인수작업에 진전이 없자 수장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조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경영진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기업 결합심사와 관련된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국내 기업 환경 세미나 2022'에 참석해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전까지 연 평균 여객 290만명을 미국으로 수송한 실적이 있다"며 "현재 (미국의) 직간접 고용은 대한항공이 맡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호소했다.

 

통합 LCC 위한 지배구조 정리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기업결합을 위해 필요한 요소다. 지배구조개편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산하 저비용항공사(LCC)를 모두 통합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반드시 정리해야 할 문제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가 자회사 진에어 주식 전량을 다른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은 주식 취득 목적을 “LCC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 시너지 추구”라고 밝혔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한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를 대한항공 산하에 두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보유 중인 진에어 지분의 전량(54.9%)을 6048억원에 인수하며 LCC 통합의 준비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번 지분 정리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면 3곳의 LCC 최대주주가 대한항공으로 단일화되면서 통합과정이 단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CC를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조직개편해 향후 모회사의 재무적인 지원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다.

실제 최근 대한항공은 업황회복 등에 힘입어 국내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모두 ‘안정적’ 아웃룩을 부여받았다. 작년 9월 한국기업평가, 지난 1월 한국신용평가가 '안정적' 아웃룩으로 부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진행한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아웃룩을 떼어냈다. 2020년 3월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된 이후 약 2년 만에 BBB+ 신용도가 완전히 회복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사가 화물사업 호조를 기반으로 호실적을 내고 있는 점도 등급 전망 안정화 추세에 한몫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 8조7534억원, 영업이익 1조464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비 18%, 515%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매출액 4조1104억원, 영업이익 456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두 항공사의 화물사업 기반 이익창출 기조가 견조하고 위드코로나로 인한 리오프닝에 따라 증가할 해외 여행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등급 전망을 유지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유지와 더불어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연이어 성공하는 등 우수한 현금동원력도 입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000억원 모집에 3530억원을 모집해 흥행했고, 4월에는 2000억원 모집에 5180억원을 모집하며 30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한진칼의 진에어 지분 매각은 공정거래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지분을 지주사인 한진칼이 보유하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외 계열사 주식 보유 금지를 위반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보유 시 지분 100%를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진에어에 통합되면서 한진칼은 증손회사를 두지 않게 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뿐 아니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진에어의 재무구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측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인수하는 것은 향후 LCC라는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며 "진에어가 자체적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인수할 경우 유상증자 등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으나 자금 여유가 많은 대한항공이 직접 나선 덕분에 진에어와 한진칼 모두 재무 부담이 크게 경감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포춘코리아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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